뇌량무형성증 소견을 받았어요. 저는 시험관 1차 성공하여 임신했습니다. 하지만 임신 초반 더블링 실패로 초기 유산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케이스에요. 무사히 중기에 접어들었으나 정밀초음파에서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의 후기입니다.
시험관 아기 정밀초음파(22주)
니프티 검사는 9주에 마쳤고, 2주 후에 Low Lisk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밀초음파까지 아무 걱정없이 지냈어요. 정밀초음파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정밀초음파를 볼 때 자꾸 한숨을 쉬시더라구요. 보는 시간도 길었구요. 그때부터 불안했습니다.
정밀초음파가 끝나고, 아기가 2주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6주까지 초음파를 봤을땐 5일 정도만 작았었고, 초반부터 16주까지 쭉 그 크기를 유지했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는 별말 안했는데요. 정밀초음파에서 걸린겁니다.
성장 지연은 지켜봐야한다. 그런데 뇌 발달이 더딘 것 같다. 자궁내 성장 지연 때문일 수 있으니 2주 후에 다시 정밀초음파를 보자. 하셔서 2주 후로 다시 예약을 잡고 나왔습니다.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것은 2주 후까지 얌전히 기다리는게 아니라 바로 서울 병원을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겁니다.(저는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도 병원에서 정밀초음파를 봤어요) 2주 후 소견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에요.
정밀초음파 뇌량무형성증 소견(24주)
2주 후 정밀초음파에서도 안 좋은 소견이 나왔습니다. 처음 정밀초음파를 봤을때 뇌 발달이 이상하다고 했어요. 근데 좌뇌와 우뇌를 이어주는 뇌량이 안보인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자궁 내 성장 지연도 더 커졌습니다. 2주 전에는 2주 작았다면, 지금은 20일 정도로 격차가 더 벌어졌어요.
거기서 들은 설명은, 뇌량이 없다고 해도 예후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병원으로 가면 거기는 케이스가 더 많기 때문에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진료협력센터에서 서울 대형병원으로 예약을 잡아서 정밀 초음파를 봐라. 하는 권고였습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니프티도 통과했는데 큰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급하게 인터넷을 찾아보니 뇌쪽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가장 유명하다고 했어요. 일단 진료협력센터에서 세브란스병원과 아산병원 둘다 예약을 잡았습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가장 빠른 것이 2주 후, 아산병원은 20일 후 였어요.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부터 맘카페 등 인터넷 서치를 하루종일 한 것 같아요. 뇌량무형성증이라고 해도 동반기형이 없으면 예후는 좋다. 잘 발달하고 있다. 가끔씩 병원에 간다. 재활만 잘 해주면 이상없이 자란다. 등 긍정적인 말들이 많아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신촌 세브란스병원 뇌량무형성증 정밀초음파(26주)
그리고 드디어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밀초음파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이날따라 사람이 많아서 초음파 보는데만 2시간 정도 대기한 것 같아요. 우선 다른 선생님이 초음파를 봐주시다가, 권자영 교수님께서 들어오셔서 뇌량을 봐주셨습니다.
정밀초음파를 정말 꼼꼼히 봐주시고, 뇌량은 있는데 부분만 형성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진료실로 옮겨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뇌량무형성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다른 동반 기형이 있는지를 봐야한대요. 양수검사는 지금 해봐야 한달 정도 결과가 걸리니 그때가서 뭘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권하지 않으셨구요.
대신 태아 뇌 MRI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뇌량무형성증은 신생아과랑도 연계되니, 다음날에 신생아과 교수님이랑도 협진을 잡아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4주 후에 태아 뇌 MRI 검사 예약을 잡았고, 다음날 신생아과 교수님 진료를 봤습니다. 신생아과 교수님 말씀으로는 뇌량무형성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옛날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뇌량이 없이 태어나도 몰랐을 것이다. 동반기형이 없다면 80~90% 정도는 예후가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오히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태아 성장 지연이래요. 초음파 상으로 이미 3주가 느리게 자라고 있었어요. 태아 성장 지연이 점점 심해졌던거죠. 신생아과에서는 이걸 더 심각하게 본다고 하셨어요.
양수 내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거나, 문제가 있거나, 엄마아빠가 작아서 그럴 수도 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 잘 하고 잘 챙겨먹는 것 밖에는 당장 할 게 없다고 하셨구요. 일단 태아 뇌 MRI와 초음파 검사를 보고 그때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다음 후기로 말씀드리겠지만, 결국 아기 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뇌에 문제가 생긴거다보니 확진이 늦어졌어요. 그래서 31주까지 끌고 갔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결과는 31주 사산이었습니다.
제 힘으로 해볼 수 있는 건 없었어요. 처음 착상때부터 잘못되었더라면… 차라리 초기에 유산되었더라면… 중기 정밀초음파때 선택유산을 했었더라면… 후기 사산까지는 안 가지 않았을까 항상 생각해요.
하지만 그때 유산이 되었거나, 선택해서 보내주었더라면 더 슬펐겠지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아직 많이 슬프지만, 31주 사산 후기도 써보려고 해요. 뇌량무형성증 소견을 받으신 분이 있다면, 미리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기형이 없다면 괜찮겠지만요. 저는 다음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이전 글>